그대에게 / 체동 김유숙
장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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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 06:41
그대에게 / 체동 김유숙
여보,
이제 우리 쉬엄쉬엄 쉬어가며 삽시다
많은 세월 그대의 양쪽 팔은
늙고 병드신 부모님의 지팡이가 되고
그대의 어깨는 많은 식솔의 기댈곳이 되어준,
마음은 송두리채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빈껍데기로 살아온 세월
그대의 뒷모습에서 하얗게 늙어가며
이리저리 부딫히는 겨울 억새처럼 처량합니다
찬바람 불어오는 겨울이 오면 단열 못 한
텅 빈 마음에 바람 새어 들어오겠지요
그대의 마음 틈새 손으로 가려도
바람 새어 들어오면 내 온몸으로 막아주리다
저물어 가는 세월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돼지 두루치기 안주해서
유행가요 한가락 목청껏 부른들 어떻소
힘들어 기대고 싶을땐 내 어깨를 빌려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