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나무는 옮겨 심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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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4-27 22:10 | 조회수 | 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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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는 옮겨 심지 않는다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내 몸이 군말 없이 따라주는, 몸이 말을 잘 듣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답답하고 서러운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 정신은 멀쩡한데 내 몸이 고장 난 기계처럼 내 말을 안 듣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화장실 가야지' 하고 100번을 명령했는데 다리가 천근만근 움직이지 않아 그 자리에서 실수를 하고 마는 상황, 이것만큼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70, 80이 넘어서도 내 발로 씩씩하게 걸어서 화장실 가고 내 손으로 밥숟가락 떠서 입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재벌이고 황제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건강이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밤새 술 마셔도 다음 날 거뜬하게 일어났으니까요. 하지만 늙어 보니 어떻습니까? 몸이 말을 잘 듣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돈이 수백억 있으면 뭐 합니까? 최고급 스테이크가 눈앞에 있어도 내 이가 시원찮아서 십지를 못하고, 그림 같은 별장이 있어도 내 무릎이 아파서 계단 하나를 못 올라가는데 말입니다. 그건 그림의 떡이고 희망 고문일 뿐입니다. 진짜 팔자 좋은 사람은 아침에 눈 떴을 때 "아이고 허리야" 소리는 좀 나와도 벌떡 일어나 이불 개고 물 한 잔 마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죠? 요양병원에 가 보십시오. 이 사소한 동작 하나를 못 해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기저귀를 차고 누워 계신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남의 손을 빌려 대소변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 인간은 깊은 수치심과 절망을 느낍니다. 자식들이 아무리 효자라도 똥오줌 받아내는 거 하루 이틀이지,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결국 서로가 지옥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 발로 걸어서 경로당도 가고 시장 가서 콩나물값 깎아 달라고 흥정하고 친구 만나 수다 떨 수 있는 여러분은 이미 대한민국 상위 1%의 행운아입니다. 비록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을 망정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먹고 싸는 문제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엄청난 복입니다. 입맛이 돌아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게 소화 잘 시키고 아침마다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볼일 보는 것, 이 평범한 일상이 늙으면 기적 같은 일이 됩니다. 변비로 고생해 보신 분들은 압니다. 쾌변 한번 하는 게 로또 당첨되는 것보다 더 기쁘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는 늙어서 주름도 많고 허리도 굽어서 볼품없다"라고 한탄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굽은 허리로라도 지팡이 짚고 걸을 수 있다면 그 다리는 벤츠보다 훌륭한 자가용입니다. 쭈글쭈글한 손이라도 내 밥상 차릴 수 있다면 그 손은 마법의 손입니다. 병원 특실에 누워 산소호흡기 끼고 있는 재벌 회장님보다 동네 공원에서 뒷짐 지고 어슬렁거리는 김영감이 훨씬 더 성공한 인생입니다 죽을 때 가져가는 건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닙니다. 마지막 눈 감는 순간까지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기억, 그 건강한 자유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행복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내 몸이 내 말을 잘 들어줬었다면 감사하십시오. 내 다리가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줬고 내 손이 나를 먹여 살렸습니다. 삐걱거리고 쑤셔도 아직 쓸 만한 내 몸, 이 녀석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여러분의 자산입니다... 부디 이 귀한 몸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남은 인생도 활기차게 걸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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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글 4 개의 댓글이 남겨져 있습니다.
서정자님의 댓글
반가워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김태희님의 댓글
좋은 ㄱ틀 읽고 갑니다
천미자님의 댓글
좋은 아침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영숙님의 댓글
좋은 아침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