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시간! / 자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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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시간! / 자향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늙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시려나요.
힘없이 엉거주춤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신은 또 무슨 생각을 하시려나요.
분홍 꽃물 번지던 어느 봄날에
재잘대는 산골짜기 샘물 곁에 서 있던
청초한 찔레꽃 한 떨기.
꽃잎은 냇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흐르는 세월은
긴 갈피 속에 접혀
주름진 숨결 하나로 남았습니다.
여보,
한때는 든든하고
힘있던 어깨에
어느새 찬바람만 스미고,
구부정한 등허리로
말 못 할 외로움이 내려앉습니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가고
빈껍질처럼 가벼워진 몸 하나만
남겨 놓았습니다.
당신이 있어 든든했던 나날들,
당신이 있어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보금자리.
손으로 더듬으면
금세 온기가 묻어날 것 같은 기억들이
두 손 가득 되살아납니다.
이제는
빈 둥지의 적막 속에서
남겨진 시간의 소중함이
골 깊은 주름 사이로 천천히 배어듭니다.
늙어간다는 건
세월을 많이 흘려보냈다는 뜻도 되지만
한 뼘 남아있는 저녁해를 바라보듯
남아 있는 시간을
서로 더 소중히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을 생각하기보다
오늘 당신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보는 일.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허락된
가장 소중하고도 깊은
배려의 시간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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