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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 궁시렁

절망 끝에서 든 붓

절망 끝에서 든 붓


조선 최고의 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 그는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시간.

절망에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다산은 그곳에서 붓을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중요한 대목을 옮겨 적고,

다시 생각하며 자신의 글로 정리했습니다.

그가 유배지에서 남긴 수많은 저서 뒤에는

읽고, 쓰고, 다시 사유하는

공부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초서(抄書)’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필사’와도 닮아있습니다.

다산에게 쓰는 일은

단순히 문장을 베껴 적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자기 생각과 삶의 방향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도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만납니다.


희망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현실을 미루고 있었던 시간.

계속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잠시 멈추어 지금의 상황을

바라봐야 했던 순간.

타인의 시선에 마음이 작아지고

성공과 실패에 쉽게 흔들리며

내 안의 소중한 빛을 잊고 지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나 빠른 답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


김유영 작가의 신작

‘필사, 깊이를 만드는 습관’은

바로 그 시간을 건네는 책입니다.

책에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120개의 글과 사유의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문장을 천천히 읽고, 손으로 옮겨 적고,

그 문장이 던지는 질문 앞에 머무는 동안

흩어졌던 마음은 조금씩 정리됩니다.

필사는 마음을 다시 쓰는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붓을 들며 자신을 지켜냈듯,

우리에게도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한 줄의 문장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깊이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한 줄의 문장을 천천히 쓰는 시간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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