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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김용택-

구포댁
2026.07.14 08:02 3 0
애인 - 김 용택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추어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딸그락딸그락 자갈돌들을 차며
미리 내 앞을 걸어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가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귀도 
뒤에다가 다 열어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저만큼 서 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 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는 날이면
그 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그 여자는 내가 올때까지
소쿠리 가득 감이 넘쳐도 
쓸데없이 감을 마구 땁니다

나를 좋아한 그 여자
어쩔 때 노란 산국 꽃포기 아래에다 
편지를 감홍시로 눌러놓은 그 여자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티나무 등 뒤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나를 기다리던
내가 그냥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
가을 해가 이렇게 뉘엿뉘엿 지는 날
이 길을 걸으면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살아나와
저만큼 앞서가다가 뒤돌아다보며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같이 
살짝 낯을 붉히며 웃는
웃을 때는 쪽니가 이쁘던 그 여자

우리나라 가을 하늘같이 오래 된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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