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우체통

변신(變身) /이길옥 -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며

     마음에 밭 하나 일구어 놓고

     온갖 씨를 뿌렸습니다.


     한 뼘 못 미치는 아주 작은 터인데도

     뿌려진 씨앗들의 새순이

     제 각각 크기가 다르고

     모습이 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시간이 훔쳐간 세월의 틈바구니에서

     먼지로 내려앉은 내 나이를 꺼내놓고

     그 속에서 자란 새싹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제 마음의 밭을 정리해야 할 때라

     가슴 아픈 일이지만

     무성하게 자란 싹 속에서

     튼튼하고 강단(剛斷)진 잡초들의 뿌리를 잘랐습니다.


     더럽고 추하게 썩은 물로 범벅이 된 오욕(汚辱)과

     낯부끄러운 줄 모르는 시기, 질투의 뿌리를 잘랐습니다.

     지치고 힘겨운 일로

     땀이 송글송글 솟아나며

     햇살에 부끄럼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얼굴 복판에는 가슴 시원한 웃음이

     넋을 풀어 춤사위를 펼치면서 

     지친 세월의 흔적을 훨훨 날리고 있었습니다.


     가슴에서는 모닥불이 잘린 뿌리들을 모아

     열심히 불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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