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의 글귀

부끄러운 날 /이길옥 -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몸 단장을 했다.


   습관처럼

   먼저 기다리며 짜증내던 버릇

   오기로 박아놓고

   면박 한 웅큼을 쥐면서

   출발했다.


   이런 심보를 눈치나 챈 것인가

   뛰는 가슴 조이는 만큼

   막히고 밀린다.


   흘린 땀만큼 늦은 시각

   되 갚음의 두려움에 떨군

   고개의 무게에 변명 실어보내는데


   향내 감싸안은 웃음 한 보따리

   심술 몰아내고

   따뜻하게 모락김 감도는 위로에

   안개 속 몽롱한 정신이

   화들짝 어둠을 털고 일어선다.


   찌꺼기 범벅된 부끄러움을 감추고

   마음에 쌓인 묵은 때를 빨아 헹구며

   바르게 눈을 뜨는 번갯불을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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