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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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어떤 모습일까..
幸福한 삶 梁南石印
살을 에는 겨울 끝자락,
칼바람이 몰고 온 조각구름,
그 틈새를 비집고 찬비가 스며든다.
단 한 번 살다가 떠나는 인생,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속에서,
굴곡을 넘나들며 인연에 뒤엉킨 생애는
왜 이렇게 긴 어둠에 갇혀 버리는 걸까.
겨울 끝자락에 묶어버린 추억,
싸늘한 바람이 안고 온 기억은
떠난 자리가 남긴 아픔에 갇혀
끝내 지울 수 없었던 것일까.
뒤죽박죽인 갈등 속에서,
마치 올무에 걸려 버둥거리는 듯한 기다림.
가슴에 씨앗 하나 툭 던져놓고 가버린 찬 바람.
난 네 생각에 잠 못 들어 하얗게 세우며 뒤척일 때,
얄밉게도 새근새근 잠들었을 너는
꿈속에서라도 내게 다가오지 않을까.
혼자만의 상상 속에 나래를 펼쳐봤어,
그냥 너도 나처럼 그러고 있길 바라며.
그렇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떨쳐내지 못한 이 마음,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막연히, 언젠가 널 볼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밤마다 그리움을 질겅질겅 십어 삼키며
그날이 올 거라는 주문을 걸고 있어.
씨앗이 싹 틔우면 몽우리가 맺히듯,
밤낮없이 널 향한 마음은 멈출 수 없어.
그리움이 언젠가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환한 꽃술에서 퍼져나갈 향기처럼,
천 리 길을 넘어 너에게 닿길 바라며.
어쩌면 그날, 그토록 그리던 네가
환영처럼 창밖을 스쳐 갈 때가 있을까.
그 순간, 나는 어떤 모습일까.
당황해서 멍하니 얼어붙을까,
아니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
오직 너만 기다렸어
잘 왔어! 꼭 안을까.
아쉬운 듯 발만 동동 구르며
창밖을 지나가는 너를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눈물을 삼킬까,
아니면 기다림이 무뎌진 어느 날,
어둡고 슬픈 모습으로
창밖을 스쳐 가는 너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잊어 버릴까.
어리석은 망상임을 알면서도,
허황된 상상을 지우지 못해.
기다림 속에 쌓인 그리움과 슬픔이,
가득한 눈물로, 이를 악물고 나를 붙들어,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둘 거야,
혹시 네가 창밖을 지나간다면
그땐 이미 틀어진 인연이라며 돌아설까?
아니면 꿈에서 깰까? 두려워 뛰쳐나가
멀어지는 너의 뒷모습이라도 보고 있을까,
실타래처럼 뒤엉킨 질곡의 인연
언제일지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어둡고도 슬픈 너의 모습과 함께,
마음속으로 천 번도 더 그려본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때까지,
여전히 문밖의 네가 지나갈지 몰라,
언제나처럼 그리움이라는 씨앗을 심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