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힘 / 이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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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힘 / 이희섭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고
젓가락에 많이 찔린 고구마가 더 잘 익는다
죽은 가지를 잘라내야 더 단단해지는 나무의 옹이
넘어져야 볼 수 있는 돼지의 하늘
하늘도 상처를 품어서 비를 내리게 하지
수없이 부대껴야 만들어내는 굳은살
소나기 내린 뒤 무지개가 나타나듯
제 몸을 태워 주위를 밝혀주는 촛불
깊이 박힌 못을 더 크게 안아주는 나무
녹고 얼기를 반복하다 생기는 고드름
모든 상처는 단단함을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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